측정의 핵심
PART 03·of 06

측정의 핵심은 한 장의 지도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한 줄짜리 질문. 임원은 4.3 점, 작업자는 2.1 점을 매겼습니다. 평균만 보면 '보통' 으로 닫히던 두 점수가 어떻게 회사를 읽는 한 장의 지도 위에서 두 점으로 살아남는지. OpenKnock Culture Ladder 의 핵심 설계 한 자리.

정윤환
정윤환Founder · 2026년 5월 30일 · 8

같은 회사, 같은 한 줄짜리 질문. “우리 회사는 실수해도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임원의 평균은 4.3 점이었습니다. 작업자의 평균은 2.1 점이었고요. 보고서 한 줄에 두 점수를 같이 놓고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모두가 한 번씩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평균을 내면 3.2 점. 보고서는 “보통입니다” 라고 한 줄로 닫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 안에서 두 사람의 점수가 두 배 가까이 갈라진다는 사실은, 평균값에서 깨끗이 지워졌습니다. 평균이 가리던 두 세계, 이번 글의 출발점입니다.

01 · The Surprise

평균이 거짓말하는 자리

평균 3.5 점은 두 가지 의미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3.5 점인 일치하는 조직이거나, 임원 4.5 · 작업자 2.5 의 두 세계로 분열된 조직이거나. 보고서에 평균값만 박히면 둘은 같은 회사로 보입니다. 안전 담당자에게는 후자가 훨씬 위험한 신호입니다. 같은 위험을 임원과 작업자가 다른 색깔로 보면, 사고는 그 색깔 차이에서 납니다.

평균만 보면 두 회사가 같은 회사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고는 평균이 아니라 분포의 어느 한 점에서 납니다.

fig한 자리 평균이 사실은 두 분포였다.

조직문화 진단이 안전 담당자에게 진짜로 일을 하려면, 이 차이가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오래 붙들었던 결정은 같은 응답을 어떻게 갈라서 볼 것인가 였습니다.

02 · Two Axes

누가 답했는가, 누구에 관한 평가인가

맨 처음의 한 줄짜리 질문, “우리 회사는 실수해도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은 같은 한 줄이었지만, 누가 답했는가에 따라 실제로는 다른 대상에 관한 평가가 됩니다. 임원이 답하면 자기 자신 (= 경영진) 이 만든 분위기에 대한 평가이고, 작업자가 답하면 자기 위에 있는 리더의 분위기에 대한 평가입니다. 같은 문장이지만, 떨어지는 자리가 다른 셈입니다.

보통의 설문조사는 응답을 한 통으로 받습니다. 누가 답했는지는 직급 라벨로만, 누구에 관한 평가인지 는 아예 묻지 않습니다. Culture Ladder 는 같은 응답을 두 메타데이터 로 함께 박았습니다.

fig한 응답자가, 두 질문에서, 다섯 대상에 매기는 다섯 점수.
  • SUBJECT, 누가 매겼는가. 응답자 자신의 분류 (직급 · 부서). 임원인가, 리더인가, 작업자인가.
  • EVALUATOR, 누구에 관한 평가인가. 임원진 · 리더 · 동료 · 자기 자신 등 평가의 대상.

두 축이 함께 들어 있으면, 같은 회사에서 두 가지 풍경 이 갈라집니다.

같은 곳을 두 사람이 봤을 때.“우리 회사는 실수해도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라는 같은 한 줄짜리 질문을 두고 임원은 4.3 점, 작업자는 2.1 점을 매겼습니다. 두 배 차이. 평균 3.2 가 가리던 두 세계의 정체입니다. 같은 회사인데 임원과 작업자가 서로 다른 회사를 본다는 뜻이고, 사고는 그 어긋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납니다.

한 사람이 두 곳을 봤을 때.한 작업자가 같은 질문에 두 번 답합니다. “임원진은 위험 보고를 진지하게 듣는다” 에는 2.1 점, “동료들은 위험 보고를 진지하게 듣는다” 에는 4.0 점. 위로는 정보가 막혀 있지만 옆으로는 통한다는 뜻. 위험이 동료들 사이에서만 돌고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회사. 안전 담당자가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하는 자리입니다.

03 · Behaviour + Precondition

행동에 단계, 그 옆에 조건

좌표만 있어서는 그래서 어느 단계인가 가 답이 안 됩니다. SCL 사다리 다섯 칸이 점수 안에서 진짜로 단계로 동작하려면, 매 행동 문항이 어느 단계의 행동인지 가 설계 시점에 미리 정해져 있어야 했습니다.

“위험을 발견하면 윗선에 보고한다” 가 1 단계 행동인지 4 단계 행동인지는, 설문 설계 때 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분류 체계를 5 단으로 짰습니다.

culture/ladder_core
Theme· “정보의 흐름
└─ SubTheme· “위험 보고
├─
Behaviorstep 1
Q1사고를 절대 보고하지 않는다
├─
Behaviorstep 3
Q2위험을 발견하면 윗선에 보고한다
├─
Behaviorstep 5
Q3사고 보고자가 공개적으로 인정받는다
└─
Precondition
Q4보고가 손해로 돌아오지 않는다
분류 체계의 행동·조건이 설문 문항으로 도출되어 한 번의 설문지를 이룹니다
  • Theme, 다섯 갈래의 대주제. 리더십, 정보의 흐름, 학습, 규칙과 기준, 참여와 책임 같은 큰 범주입니다. 산업과 설문조사에 따라 다섯의 이름은 달라지지만, 다섯 갈래로 자른다 는 약속 만은 설문조사 사이에 깨뜨리지 않습니다.
  • SubTheme, Theme 아래의 세부 영역.Theme 한 갈래만으로는 측정 단위가 너무 넓어서, 한 번 더 갈라야 측정 가능한 행동을 매다는 자리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정보의 흐름” 아래에는 “위험 보고” 같은 SubTheme 이 매달립니다.
  • Behavior, 측정 가능한 행동 단위. SubTheme 아래에 매달리는 분류의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모든 Behavior 에는 step_value (1~5) 가 박혀 있어, “사고를 절대 보고하지 않는다” 는 step 1, “위험을 발견하면 윗선에 보고한다” 는 step 3, “사고 보고자가 공개적으로 인정받는다” 는 step 5 의 행동. 응답이 그 단계의 기준선을 통과하면, 회사가 그 행동을 그 단계로 채운 것으로 봅니다.
  • Precondition, 그 행동을 가능케 하는 환경 조건. Behavior 옆에 따로 매달려 있어, 행동이 잘 안 일어날 때 사람을 채근하기 전에 환경을 먼저 묻게 합니다. 보고가 막혀 있다면 보고하는 사람을 채근하기 전에, 보고가 손해로 돌아오지 않는다 는 전제가 회사 안에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 Question, 응답자가 실제로 받는 한 줄. Behavior 와 Precondition 이 각자 Question 으로 도출되어 한 번의 설문지를 이룹니다. 이때 Behavior 의 step_value 가 Question 에 그대로 따라와서, 어느 단계의 행동을 묻는 질문인지가 처음부터 박혀 있습니다. 응답자에게는 한 줄짜리 질문만 보이지만, 그 한 줄의 출처 (Behavior · Precondition) 와 단계 (step) 는 모든 응답에 함께 박혀 분석 화면에서 다시 분류로 돌아갑니다.

설문에서 행동 관련 문항에 부정적 응답이 누적되면, 그 행동에 매달린 Precondition 들이 결과 화면에서 자동으로 펼쳐집니다. 이 한 칸이 개선제안의 출발점 이 됩니다. 결과를 닫고 PDF 폴더로 보내는 마지막 동작 대신, 결과 화면이 곧장 다음 설문조사의 설계실 로 이어지는 다리. 측정이 변화로 옮겨가는 자리의 시작이고, 마지막 편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설문조사마다 target_step 을 따로 정합니다. 첫 번째 설문조사는 STEP 3, 다음은 STEP 4. 같은 설문지 위에서 도약 목표만 한 칸씩 올라갑니다. 사다리를 한 번에 다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결과 화면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에 박혀 있는 셈입니다.

이번 설문조사의 점수는 결과가 아니라 다음 설문조사의 재료입니다.

04 · Core Design

Culture Ladder 의 핵심 설계

여기까지가 OpenKnock Culture Ladder 의 핵심 설계입니다. 두 축 (누가 답했는가 × 누구에 관한 평가인가) 과 다섯 단의 분류 (Theme → SubTheme → Behavior / Precondition → Question). 둘이 합쳐지면 회사를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지도 가 됩니다. 한 회사의 5,000 명이 응답을 보내면, 5,000 개의 점이 이 지도 위에 떨어집니다.

어떤 점들이 어디에 모이고, 어디가 비어 있고, 어느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두 배 차이로 갈라지는지, 그 풍경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한 장의 지도입니다. 평균 한 줄로 닫히던 보고서가, 회의실의 합의를 다른 모양으로 바꾸기 시작하는 자리.

지도가 곧 측정입니다. 그 위로 떨어지는 숫자는 결과일 뿐.

그런데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회사가 어디 있는지 알기엔 부족합니다. 한 장의 사진은 한 순간의 풍경일 뿐이니까요. 같은 지도 위에 사진이 여러 장 쌓이면 한 회사의 시간 축이 되고, 산업이 다른 회사들이 같은 지도 위에서 만나면 분포 위의 자리가 됩니다. 지도가 진짜로 일을 하기 시작하는 자리가, 다음 편입니다.

글쓴이

정윤환

정윤환

Founder

schemalism 을 운영합니다. 엔지니어의 시점에서 사업을 펼치고, 가설을 직접 검증해 더 큰 단계로 실현해 가는 일을 즐깁니다. 코드와 비즈니스가 만나는 자리에서 매번 다음 한 칸을 잡아냅니다.

이 글이 속한 시리즈

조직문화, 진짜 측정할 수 있을까?

OpenKnock Culture Ladder 는 안전문화를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 프로그램입니다. 기준은 우리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안전문화 인증 표준 NEN SCL 의 5 단계 사다리를 그대로 들고, 회사가 다섯 칸 중 어느 칸에 있는지를 매 회차 같은 기준으로 다시 잽니다. schemalism · RIMS · LRQA 가 함께 지었고, 현대모비스 · 금호석유화학 ·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약 15,000 명의 응답으로 같은 기준 위에 자기 자리를 박았습니다. 측정과 변화 사이에서 본 것들을 여섯 편으로 묶었습니다.

전체 편

06

  1. 분위기와 문화는 다르다

    PART 01

    분위기와 문화는 다르다

  2. 표준에서 가져온 다섯 칸

    PART 02

    표준에서 가져온 다섯 칸

  3. 측정의 핵심

    PART 03

    측정의 핵심

  4. 회차와 벤치마크

    PART 04

    회차와 벤치마크

  5. 도메인 안의 AI

    PART 05

    도메인 안의 AI

  6. 측정에서 변화로

    PART 06

    측정에서 변화로